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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연, 중부대학교 사진학과 교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실현하는 올해의 어라운드

어라운드 사업은 매년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는 문화예술교육가들이 해외에서 다양한 현지 문화예술인 들과 만나 예술교육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사업이다. 그런데 “해외로 나가 사람들과 만나는” 사업에 펜데믹으로 인한 이동의 제약이 생기면서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 주어졌다.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어라운드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것인지,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꽤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결국 해외로 나간다는 사업의 기본 틀이 온라인을 통한 리서치로 바뀌었을 때 문화예술교육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 것인지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업에 대한 공고가 나갔다.
그런데, 예측을 벗어난 많은 분들이 지원을 했고, 2년차인 올해까지도 여전히 뜨겁게 순항 중이다. 이 사업의 시작점은 유럽으로 아시아로 예술교육의 선배와 동료들을 찾아 나서는 이들의 설렘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 사업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그러나 해외에 갈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책상 앞에 앉아 온라인으로 찾고 공부하고 인터뷰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지원한다는 것이 신기했고 온라인으로 탐방을 하는 프로그램을 기꺼이 열의를 다해 참가한 이 문화예술교육자들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자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작년과 올해의 어라운드는 온라인이라는 한계 내에서 이전의 어라운드가 시도할 수 없던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었다. 해외의 전문가들 혹은 만나고 싶은 예술교육 활동가들을 찾고, 연락을 통해 연결되어 인터뷰를 하였고, 온라인으로 열리는 워크숍에 참여하고 다시 온라인 워크숍을 기획하기도 하였다. 해외의 현장과 사례를 리서치하고, 다시 한국의 현장을 탐방하여 인터뷰하면서 국내외의 현장을 비교분석하기도 하였다. 특히 온라인의 장점은 주제를 중심으로 영토의 한계 없이 지구 곳곳을 탐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직접 떠나는 어라운드가 정해진 시간 안에 한두 국가만을 돌아볼 수 있었다면, 온라인에서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여러 국가들을 연결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은 참가자들의 구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는데, 미국과 경상도와 서울에, 몽골과 수도권에 떨어져 있는 연구자들이 같은 관심을 가지고 한 팀으로 모일 수 있었다. 물론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조금 걱정도 되었다. 과연 온라인에서의 소통이 얼마나 효율적일 수 있을지 참가자들은 이러한 제약 내에서도 끊임없는 고민과 모색으로 한계를 넘어설 방법을 시도하였다.
감사하게도 여러 번의 어라운드 사업을 지켜보고 함께 할 수 있었던 사람으로서 각 방법의 장단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해외에 직접 나가는 경우는 몸의 체득과 우연한 획득이 장점이었다. 참가자들은 몸으로 부딪치고 체험하면서 언어가 다 전해줄 수 없는 통찰을 얻곤 하였다. 또 직접 가서 만나보고 현장을 보다가 우연히 좋은 현장과 사람들, 사례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만큼 신나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직접 나선 현장은 참가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자신의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한편 온라인 탐방은 진지한 질문과 탐색의 과정이었다. 영토를 넘어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마음껏 연결하고, 연결이 안 되면 다시 대안으로 다른 연결을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잘 살려내었다. 또 팀이 가진 주제에 대해 더 집중하여 찾고 배우며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밖을 봄으로써 안을 더 잘 살펴보고 연결하는 노력은 해외 탐방의 효과를 배가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한다. 인간이란, 예술가란, ‘그래서~’의 존재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존재라고. 모든 것이 갖추어져 움직이는 것이 아닌 조건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고 자신의 답을 찾는 존재라고. 그래서 우린 모두 신나고 재미있는 존재라고 말이다.

다양성과 연결, 연대가 돋보인 올해의 어라운드

올해의 어라운드는 사회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참여적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연구를 목표로 사업기획형과 콘텐츠개발형으로 공모가 진행되었다.
올해 사업은 여러 특징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탐방 국가와 만나려는 사람들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었고, 동남아시아 예술교육자들과의 만남도 돋보였다. 지금까지 시도한 적 없던 이란이나 몽골에 대한 리서치도 포함되었다. 탐방국가의 다양성은 주제와도 연결되었는데, 아시아 소수민족 이나 분쟁 피해지역 회복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연구에 포함되었고, 일상적인 예술교육이 금지된 이란의 예술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었다.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주제, 특히 참여적 문화예술교육이라는목표가 만나는 지점에서 당연히 예술교육자들의 네트워크와 연대에 대한 관심과 연구, 활동의 방법이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고, 실제 예술교육자들의 네트워크 장을 구축하고 첫발을 내디딘 참가팀도 있었다.
또 다른 특징은 펜데믹이 가져온 강제적 비대면 상황에서 문화예술교육 실천에 대한 고민이 주제로 많이 다루어졌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이 비대면에서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지 타인의 경험에 대해 듣고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팀들이 많았다. 또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예술교육이 무엇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탐구하였다.
물론 온라인 리서치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대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고, 온라인 회의에 ‘회의적인’ 사람들의 거절도 자주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가진 질문은 다름 아닌 지금 우리 모두가 직면한 이야기들이었고, 답을 모색하는 과정은 참가자들에게 지금의 답이 아닌 계속 가져갈 ‘문화 예술교육자로서의 질문’을 구체화하고 다져주었다는 데에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조력자이자 동료로서의 어라운드 참여

몇 년간의 어라운드 사업의 관찰자이자 조력자로 참여했던 나의 역할은 참가자들이 가진 질문과 여정에 동행하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이 스스로 계획한 것을 실천할 때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과정을 점검하고, 목표를 다시 제시하거나 독려하고, 프로젝트 여정에 공감하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지한 질문을 따라가는 여정에서 자신의 신남을 발견하는 참가자들의 벅찬 표정과 말투와 눈빛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이되었다. 참가자들의 발견이 나에게도 신나는 발견일 때도 있고, 나도 그 팀과 연대하고 싶어 심장이 두근거리는 문화예술교육자로서의 본성을 발견하는 것일 때도 있고, 눈물나게 기대되는 활동일 때도 있었다.
몇몇의 참가자들과는 지금까지도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고, 서로가 하고있는 활동에 대해 든든한 지지자로 응원하고 있기도 하다. 어라운드에서 만난 우리는 모두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믿고, 활동의 신남과 좌절을 동시에 이해하고, 연대와 지속의 지극한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자 동료인 참가자들에게

어라운드는 다양한 방향과 경로의 소통과 교류를 통한 배움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의 어떤 사람이나 현장에서 일방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상호 소통을 통해 함께 고민을 나누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누군가와 만날 때, 문화예술교육자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활동을 먼저 정리하고, 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고 어떤 질문을 가진 사람인지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배움은 자기 질문에서부터 나오고, 이 자기 질문은 자기 현장과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현장과 경험과 고민에 바탕을 둔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이 질문이 명확할수록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더 많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류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전 지구인이 예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교류를 통해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어라운드의 중요한 지향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민이 문화예술교육자로서의 삶에서 한걸음 한걸음 실천으로 꽃피울 수 있으면 좋겠다.

어라운드의 미래

어라운드의 진짜 가치는 탐방이나 그 과정에서 얻어진 지식과 정보가 아니다. 어라운드의 진짜 가치는 사람의 발견이다. 자기 질문을 가진 문화예술교육자를 발견하고, 그가 자기 질문을 자신과 사회로, 세계로 확장하고 잘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 사람이 문화예술교육자로서 자기 삶에 행복하다면 그것이 우리 문화예술교육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어라운드의 방향이나 활용은 한 사람의 문화예술 교육가와 그의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성장이 전지구적 연대라는 큰 그림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가 지금보다 더 살맛이 나지 않을까.
현혜연(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 2021 A-Round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