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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세, 2017년 참가자

2017년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이하 어라운드)를 다녀온지 4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영국 RSC(Royal Shakespeare Company)로의 여정 이후 과정을 돌아보고 그곳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성찰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하고 있는지 이번 아카이빙 기고문을 작성하며 점검해 보고자 한다.
기고문 작성을 위해 2017년 당시 작성했던 개별 활동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당시 활동 수행과 관련한 질문들 ‘기관 방문과 행사 참여 내용 중 인상 깊었던 점’,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들을 통해 느낀 점 혹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탐방활동과 관련한 성과와 가치관 및 커리어에 미친 영향’ 등의 질문과 답변에서 당시의 다짐과 이후의 선택에 관한 흥미로운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 움직임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 교육연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움직임’이란 주제는 나에게 점진적인 연구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드라마교육에서 학생은 자신의 의사를 단순한 언어로 설명하지 않는다. 역할을 입고 안전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 학생은 삶을 연습해본다. 그때 경험하는 정서와 감정은 움직임을 동반하며 이때의 움직임은 단순한 신체의 표현이 아닌 정서와 감정이 살아 숨쉬는 체화된 인지로서의 몸짓이다. 이번 ‘RSC’기관에서 경험한 드라마교육은 이러한 나의 움직임 교육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을 철저하게 실행에 옮겼던 살아있는 경험이었다. 향후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작품을 교육 연극 기법을 통해 적용하고 개발하게 될 때, 이번의 경험이 앞으로의 프로그램 개발 방향에 좀 더 유의미한 움직임 교육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17 A-Round 활동보고서 내용)
2017년 당시 어라운드를 통한 RSC에서의 경험은 움직임에 관심을 두고 있던 나에게 다양한 관점의 확장을 허락했다. 당시의 경험과 성찰은 이후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논문 주제로 연결되어 3년 뒤 ‘창의적 움직임을 적용한 드라마 활동의 질적 사례 연구’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완성하게 되었다. 이처럼 어라운드의 경험에서 발현된 통찰과 확장은 개인의 성찰과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그 범주는 국제적인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네트워크 형성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2017년의 경험은 국제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하여 관점의 확장을 일으켜주었다. 2018년 베트남 문화예술교육 ODA(공적개발원조)사업이 그중 하나였는데, 베트남 현지의 중·고등학교 문학교사와 소수민족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사업이었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은 전년도 어라운드를 통해 경험한 영국 RSC의 예술교육 철학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지역과 대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영국과 베트남 사이의 문화예술교육 편차는 대한민국 너머의 문화예술교육 환경에 대한 사고 틀을 깨트리는 경험이 되었고 공급과잉과 공급 부족에 대한 국제사회 이면의 문제에 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이어진 베트남 문화예술 ODA사업은 지속성을 보이며 올해까지 이어가고 있는 사업이 되었다. 이러한 경험과 맞물려 2020년 국내에서 개최된 ITAC5(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의 참여는 ‘국제예술교육실천가’들의 작업과 활동을 서로 공유하고 그들 간의 작업이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고, 그들의 지역적 특성과 앞으로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공유 가치는 무엇인지에 관해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돌아보면 이 또한 2017년도 어라운드의 경험에서 출발한 선택이었는데, 당시 백서에 작성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예술교육가의 존재는 현장에서 발현된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성찰적 예술교육가는 현장을 고민하고 언제나 현장과 만나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예술교육가에게 ‘현장’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예술교육가에게 현장은 시간, 공간, 인간 그리고 이야기가 공존하는 곳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현장을 방문하며 때로는 ‘초대받은 손님’처럼 현장을 드나들던 때가 있었다. 예술교육가의 눈에 비친 현장이 살아있지 않으면 그 순간은 시간도, 공간도 그 어느 것도 만족하기 어렵다. 즉, 현명한 예술교육가라면 답습적이고 형식적인 태도로 찾는 현장을 경계하고 현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장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관심과 고민은 2017년도부터 이어져온 국내 및 해외 동료들과 만남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확산할 수 있었다. 특히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 예술교육실천가들의 아이디어와 실천 사례는 다양한 관점을 넘어 새로운 관점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담고 있었다. (2020년 ITAC5백서 내용)
ITAC5의 참여는 어라운드가 뿌린 씨앗의 성취였다. 그리고 그 씨앗은 지금도 단단히 자라나고 있다. 2021년 현재는 아시아 예술교육실천가 교류 워크숍(Asia Teaching Artist Exchange Workshop)에 참여하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21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는 분명 쉽지 않은 여정일 것이다. 약 2년간의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를 겪은 우리로서는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손 놓을 수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들은 자기 안의 신념과 철학 그리고 명확한 ‘질문’을 품는다. ‘나는 왜 이 작업을 하는가?’, ‘나는 누구를 위한 작업을 하는가?’, ‘나는 어떤 작업을 하는가?’, ‘지역의 이슈에 예술교육가의 구체적인 역할과 기여는 무엇인가?’ 예술교육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곁을, 당신의 지역을, 당신 스스로를 유심히 탐구해야 한다. 그러한 탐구 속에서 하게 되는 무수한 경험들이 내가 품은 질문과 함께 더불어 성장한다고 믿는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어라운드의 참여를 희망한다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이 상상하고 기억하는 세상 속으로 지금 당장 떠나세요.”

안용세(2017 A-round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