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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아디 ‘로힝야어 수업’ 담당자인 방혜선 활동가 인터뷰

기관/개인 소개
방혜선 활동가는 사단법인 아디에서 수행하는 ‘로힝야 난민 여성 심리사회 지원 프로젝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사업 모니터링과 로힝야 난민캠프에서 현장지원을 맡고 있으며, 아디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문화예술 워크숍 및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추진시기
2021. 10. 29. ~ 11. 02.
추진방식
메신저 및 이메일을 활용한 비대면 인터뷰
주요목표
소외 받는 공동체를 위해 문화예술을 통해 소통을 기획하고 언어가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연대를 도모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아디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고싶다.
아디는 아시아 분쟁지역에서의 빈곤, 인권, 평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쟁지역 생존자와 현장활동가들과 함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이다. 기록, 지원, 연결을 키워드로 하여 팔레스타인, 미얀마,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 티베트 등지에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기록 사업’은 사법적 정의 실현을 위해 학살 피해자 및 생존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록하는 사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권실태보고서를 발간하고, 발간된 보고서를 활용하여 유엔 특별절차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하고, 현지 기록 조직의 역량 증대를 위한 활동도 한다.
‘지원 사업’은 여성과 아동 중심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역량 증대의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한 것으로, 심리지원, 음악 워크숍, 여성과 아동 사업 프로젝트, 인도적 지원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연결 사업’은 아시아 분쟁지역의 인권 실상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국내 인권단체와 연대하여 강연회, 추모행사, 국제 컨퍼런스 개최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아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로힝야 난민 여성의 심리적·사회적 회복역량 강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원래 방글라데시 파견 활동가이나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서 원격으로 현장과 소통하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사업 성과 측정과 여성 기록 활동 지원, 현지 및 국내 협업 네트워킹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업 성과 측정은 사업에 참여하는 로힝야 난민 여성들의 심리상태가 어떻게 변화하고 커뮤니티 내 여성에 대한 인식에 어떻게 변화하는지 측정하기 위해서 지표를 기획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업무다.
여성 기록 활동 지원은 기존의 정량화된 보고서에 담지 못하는 폭력과 사건 등을 다양한 형태로 기록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현지 및 국내 협업 네트워킹의 경우 우선 현지의 인도 지원 코디네이션 그룹 아래 젠더기반폭력(Gender Based Violence, GBV) 섹터나 NGO 협의체 회의에 참여한다. 또 국내에서 심리지원 전문가 집단, 예술인팀, 인문학팀 등과 주기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며 현장과 국내를 사업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현지 사업 모니터링 및 DAK 젠더분과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
어떻게 아디에서 예술인팀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나. 또, 프로그램별 예술인은 어떻게 선정하는 건지 궁금하다.
로힝야 난민 여성의 심리사회적 회복역량강화사업 내 기록 활동을 수행하던 중, 2019년 현장 기록을 바탕으로 국내 인문학 협업팀과 간담회를 가졌던 적이 있다. 운 좋게 간담회에서 현재 예술인팀의 리더와 연결이 되었다. 기존에도 난민과 이주민 이슈에 대한 연구와 현장의 연결을 모색하는 활동을 해오던 분이었고, 난민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듣는 방법에 대한 공통의 고민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지원을 받아 ‘예술로 기획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디가 기존에 구축해 놓은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 난민 여성의 집단학살 피해증언’ 구술 기록과 로힝야 난민캠프에서의 관찰 기록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일상에서 ‘난민’과 ‘여성’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듣는 방법’을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탐구하고 확장하기 위해 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술인을 아디에서 선정하지는 않고 예술인팀 리더를 중심으로 협업 의사가 있는 작가들을 만나 함께 작업을 수행한다. 대부분이 기존에도 트라우마, 애도, 연대, 질병-장애-몸, 거리와 시차, 환경, 생명, 빈곤 등을 주제로 다루는 예술 작업을 해오던 예술가들이다.
지금까지 아디에서 진행했던 ‘예술인팀 협업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나.
하나만 고르기 어렵지만 2020년에 진행된 ‘듣기-말하기-쓰기 워크숍’이 기억에 남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감각이 확장되고 아디 활동가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민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변동성은 아디에서 수행하고 있던 사업은 물론, 활동가 개개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에 대한 대처와 이에 따라오는 업무량 증가로 아디의 활동가들은 심신이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로힝야 난민캠프와 미얀마의 현지 코로나19 상황 악화에 대한 염려와 현장과의 물리적 거리감 때문에 큰 아쉬움을 가졌던 쉽지 않은 한해였다. 그러던 중 2020년 연말 예술인팀과 협업하여 기획된 듣기-말하기-쓰기 워크숍에 참가했다.
사업을 수행할 때 나의 시선은 항상 ‘현장’에 집중되었다. 사업의 목표도 현장의 평화와 인권을 위한 것이고, 마음도 항상 그곳으로 향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활동가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국의 현장’에서 나와 동료 활동가의 인권과 평화는 잘 돌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상황에서 활동가의 감각을 일깨우고 나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기에 유독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난민들이 겪는 문제는 알고 보면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이 겪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난민, 그들의 문제’라고 하며 그저 난민을 대상화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기존에 가졌던 생각을 확장하게 된 계기였다.
또 시각과 더불어서 청각, 후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는 워크숍 방식도 기억에 남는다. 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숨을 통해서 서로에게 마음과 응원을 보내는 시간, 문자로 정형화되지 않은 새로운 참여관찰일지, 자신의 몸과 관련된 기억 불러내기, 현장의 소리를 들으면서 함께 상상하고 써보기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었다. 평소에는 비교적 사용이 적었던 다양한 감각을 깨우고 함께 참여한 활동가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즐겁게 참여한 기억이 난다.
아디는 국제 평화와 인권을 다루는 NGO이다. 예술인팀과 협업하여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특별히 고려하는 점이 있나.
예술인팀과 협업하여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예술인팀과 아디의 협업 목적을 잘 조율하고 다져나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획 단계에서 서로 간의 피드백과 소통을 주고받지만 예술교육의 진행 방식과 콘텐츠 참여 등은 예술인팀이 전담으로 진행하고, 아디는 관련 소식을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 회원에게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서 참가자를 모집하고 확장하는 일을 주로 한다.
또한 보안 서약서나 난민에 대한 접근 방식 등 단체의 의무 부분을 고려한다. 예를 들어, 아디가 구축해 놓은 집단 학살 피해증언 구술 기록이나 캠프의 구술, 관찰, 사진 등의 기록은 보안적인 면을 고려하여 외부에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술인팀과 아디가 가진 자료를 공유하는 동시에 서약서를 받습니다. 또, 기존에 난민에 대한 접근과 이미지가 소비적이거나 대상화된 부분이 많았기에 아디 또한 계속해서 이 부분을 경계하며 활동하고 있다. 협업의 진행 과정이나 결과물을 외부로 공개하는 것을 경계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문화예술교육이 아시아 소수민족 공동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현장 경험과 개인적인 생각이 궁금하다.
로힝야 난민 여성 지원 사업 외에도 페루 선주민, 인도 내 생태교육 커뮤니티 등에서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사회 규율과 같이 최소한의 의무를 지키기 위한 활동은 꼭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규율이 오히려 개인이나 집단을 규정하거나 종속시키는 경우도 많다. 공동체 내에서 자신이 혹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폭력을 경계하고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답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감각하고 어떤 감정인지 그리고 타인은 어떤지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긍정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이 공동체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동체라는 개념과 의식의 확장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신자유주의적 흐름으로 인한 정치나 경제 시스템의 끊임없는 성장 추구와 그로 인한 기후 위기, 난민 문제 등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의 가족, 회사, 국가 혹은 나의 정체성이 공동체를 넘어 지구적 공동체 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되는 지점과 현상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그 해결이 아득해 보일 때 변화를 위한 힘을 잃기 쉽다. 그 때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거나 뻗어가면서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형성은 지속가능한 문제해결을 위해 중요하다. 문화예술은 주변 혹은 멀리 누군가에게 비슷한 고민을 함께 해보자고 보다 쉽게 제안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로힝야 난민캠프 현장에서 여성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난민 여성들이 고국으로 귀환하여 존엄성을 가지고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한국 및 국제사회에서 연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예술 워크숍을 통해 나와 현장의 로힝야 난민 여성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는 등 공동체 의식을 깨워보는 문화예술이 그 연대를 확장하는 방식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힝야어 수업’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가.
2020년에 이어서 2021년에도 로힝야 난민 캠프에서 축적해 온 여성 및 아이들의 인권기록과 활동가들이 만들어온 관찰기록을 바탕으로 난민의 목소리가 전해질 수 있는 방법을 예술 매체로 탐구하고 웹 공간에 재기록하여 한국 사회에 연대의 다리를 만들기 위한 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 중 작년에 이어 계속 참여하고 있던 흑표범작가는 기존에도 트라우마와 몸, 이주여성, 폭력과 기억에 관한 관심을 작업으로 이어오고 있었고, 올해는 아디와의 연대 예술활동으로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바탕으로 타자와 연결감각을 만들기 위한 워크숍으로 ‘로힝야어 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한국에서 만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추후 난민 캠프 내 로힝야 공동체에서 적용할 계획이 있는가. 혹은 현장 맞춤으로 기획할 예정인가.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이동의 어려움과 더불어 로힝야 난민 캠프 내 모바일 네트워크 제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하지만 2020년 활동가를 위한 듣기-말하기-쓰기 워크숍의 경우 언어, 민족, 나이 등이 다르더라도 몸짓 언어나 소리 등을 활용하여 진행된 워크숍이라 이러한 형태를 보다 현장에 적합한 방법으로 시도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로힝야-미얀마 민주주의 움직임과 연대하는 깃발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유사한 워크숍을 로힝야 난민 캠프에서도 진행하여 연대의 깃발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참여관찰일지 경우 한국 활동가의 문자 및 기호 기록과 문해 교육을 받지 않았던 로힝야 난민 여성이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기록을 해보는 섹션으로 함께 구성되어 있어 문화예술과 기록의 접점을 확장시켜보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모든 프로그램은 확정된 것이 아니며 코로나 상황과 현지 상황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